제가 대학 새내기였던 2012년 봄, 학과 사무실 앞 게시판에 붙은 작은 영화 시사회 공고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바로 건축학개론(리뷰, 줄거리, 주인공 탐색)이었지요. 첫사랑의 설렘과 현실의 씁쓸함을 한꺼번에 건드리던 그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처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제 마음속 스피커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틀어 줍니다. 오늘은 그때의 떨림을 떠올리며, 영화에 담긴 감정선을 최대한 제 경험과 엮어 풀어 보겠습니다.
리뷰
입학 첫 학기에 봤던 건축학개론(리뷰, 줄거리, 주인공 탐색)은 ‘도시 한가운데 남겨진 오래된 집’을 바라보듯 아련했습니다. 영화는 1990년대 캠퍼스의 풋풋함과 2010년대 초반의 성숙한 현실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 주어, 관객이 과거‑현재 두 시간대를 오가며 몰입하게 했습니다. 저는 극장에 앉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이지 리스닝‑풍 배경음에 푹 빠져, 그날 첫사랑을 떠올리며 괜히 휴대전화 연락처를 한참 뒤적였었습니다. 서현과 승민이 ‘제주도 집 설계’라는 오브제로 다시 연결될 때, 제 주머니 속 옛 사진처럼 구겨진 기억들이 펼쳐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이경 감독의 섬세한 미장센은, 따뜻한 주황색 조명과 차가운 청색 조명을 대비하여 ‘추억은 따뜻하지만 현실은 차갑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조했습니다. 한가인‑엄태웅이 보여 준 차분한 성인 연기는, 수지‑이제훈의 풋풋함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어 같은 인물이라도 시간이 서로 다른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습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느린 호흡을 취하지만, ‘추억‑건축‑음악’이라는 삼각 구도를 통해 흐트러짐 없는 긴장감을 유지했습니다.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저는 첫사랑에 대한 궁금증보다 ‘내가 설계하고 싶은 삶의 구조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리뷰를 마치며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영화가 단순 멜로에 머물지 않고 ‘기억을 설계하는 과정’까지 함께 보여 주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는 지금도 ‘그땐 그랬습니다’라는 회상과 함께 앞으로의 시간을 건축하게 하는 영감을 줍니다.
줄거리
영화의 시간축은 1990년대 과거와 2012년 현재, 두 갈래로 나뉩니다. 과거 파트에서 건축학과 1학년 ‘승민’(이제훈 분)은 교양 수업 ‘건축학개론’에서 음악과 1학년 ‘서연’(배수지 분)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이름도 모른 채 강의실 한구석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오후 한강 다리 그림자’라는 과제를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승민은 조용한 성격 탓에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했지만, 자신이 설계한 모형집을 서연에게 보여 주며 서툰 표현으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서연이 던진 작은 오해의 돌멩이가 둘 사이 호수를 파문처럼 흔들고, 승민은 그 파문이 잦아들기도 전에 군 입대를 선택합니다. 현재 파트에서 서른 살이 된 승민(엄태웅 분)은 잘나가는 건축가로 성장했고, 서연(한가인 분)은 오래된 아버지의 제주도 집을 개조해 달라며 그를 찾아옵니다. 탁 트인 바다, 녹색 언덕, 오래된 벽돌집이 배경이 되면서 두 사람은 다시 도면 앞에 마주앉습니다. 설계 과정을 함께하면서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 스케치북의 연필선처럼 선명해지고, 둘은 당시 서로를 향해 하지 못했던 말들을 조금씩 꺼내놓습니다. 결국 승민은 ‘당신이 원하는 집은 사실 내 마음속에 이미 완성돼 있다’는 고백 같은 설계안을 제시하지만, 서연은 그 설계안이 아닌 ‘현재의 현실에 맞는 작은 집’을 선택합니다. 이 결말은 관객에게 ‘추억은 그대로지만 사람은 변한다’는 진실을 담담히 보여 줍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두 사람이 다시 사랑을 시작하길 바랐습니다만,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니 그 절제된 결말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건축학개론(리뷰, 줄거리, 주인공 탐색)은 ‘첫사랑의 건축 도면’을 완성하기보다 ‘현재의 나’를 위해 새 기초를 다지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탐색
마지막으로 두 주인공의 심리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승민은 공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입니다. 과거엔 작은 모형집을 지어 서연에게 손수 보여 주었고, 현재에는 큰 설계 도면으로 자신의 미련과 성숙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그의 대사 한 줄, “집은 사람을 담는 그릇입니다,”는 건축이 곧 사람의 내면을 투영한다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전달합니다. 서연은 음악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어린 서연은 카세트테이프에 추억의 노래를 녹음해 승민에게 건네고, 성인 서연은 옛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지난 시간을 반추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공간 vs 음악)로 소통하기에 엇갈리지만, 그 ‘다름’ 자체가 첫사랑의 빛을 더 영롱하게 만듭니다. 저는 영화를 보며, 대학 시절 음악 감상실에서 이어폰을 한 짝씩 나눠 끼고 숨죽여 있던 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설렘과 망설임이 승민과 서연의 모습과 겹쳐져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정의 구조’가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또한 영화는 ‘기억의 공간화’를 통해 과거를 복원합니다. 제주도 리모델링 장면에서, 낡은 목조주택이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두 사람이 기억을 재구성하는 심리적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 줍니다. 결말부에서 승민이 결국 현실적인 설계를 택하도록 서연을 돕는 장면은, 그가 ‘추억의 창문’을 닫고 ‘성숙의 문’을 여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처럼 건축학개론(리뷰, 줄거리, 주인공 탐색)은 첫사랑의 달콤함보다 ‘성장이 동반된 회상’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영화 속 주인공들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단단하게 설계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제가 여러 차례 다시 본 끝에 깨달은 것은 “첫사랑은 돌아오지 않지만, 첫사랑이 남긴 설계도는 앞으로의 삶을 짓는 튼튼한 밑그림이 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모니터 배경화면을 제주도 목조주택 장면으로 바꿔 두고, 인생의 다음 방을 설계할 때마다 그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결국 건축학개론(리뷰, 줄거리, 주인공 탐색)은 추억을 현재로 데려와, 관객 각자의 삶을 다시 디자인하게 만드는 따뜻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