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을, 군 전역 휴가 중이던 저는 절친과 함께 동네 단관극장에서 달마야 놀자(관객평가, 흥행기록, 줄거리)를 관람했습니다. 승려와 조폭이라는 상극의 조합이 이렇게 따뜻하고도 배꼽 빠지게 웃긴 이야기로 탄생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밤 스님들의 목탁 소리에 맞춰 관객이 하나가 되어 웃고 박수치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관객평가
‘달마야 놀자’가 개봉했을 당시, 온라인 평점 시스템은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습니다만 극장 앞 푯말에는 별 다섯 개로 빼곡한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20대 관객은 불교식 해학과 ‘조폭 코미디’가 만들어 낸 뜻밖의 시너지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특히 승려 역할을 맡은 베테랑 배우들의 절제된 슬랩스틱은 과장된 몸짓 하나 없이도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제 친구는 “스님도 저렇게 현실적일 수 있다니, 종교가 다시 보인다”라며 연신 감탄했습니다. 최근 OTT 서비스를 통해 20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본 후배들도 “사운드가 다소 올드하지만 캐릭터 케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평했습니다. 실제로 영화 커뮤니티 장기 리뷰들엔 조폭들의 거친 속어가 사찰의 고즈넉한 풍경과 대조되면서 ‘유머와 치유’를 동시에 준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신자‧무교를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서사가 극히 드문데, 이 작품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습니다. 달마야 놀자(관객평가, 흥행기록, 줄거리)의 재개봉을 두고 종교 단체들이 단체 관람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돌았을 만큼, 종교 간 장벽을 유쾌하게 허문 점이 크게 회자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조폭 두목이 스님과 바둑을 두다가 “도판보다 마음이 넓어야 이긴다”는 훈수를 얻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대사를 듣고 저는 전역 후 해야 할 일을 정리하겠다며 절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고, 그 경험이 취업 준비 집중력을 확 끌어올려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달마 효과’라는 농담을 남겼습니다. 또한 여성 관객층도 영화의 순박한 유머에 반응했습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2000년대 초 조폭영화의 성차별적 시선과 달리, 이 작품은 폭력 대신 협동을 강조해 시대를 앞섰다”는 분석 글이 추천 TOP10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후 IPTV 인기 순위에 두 차례나 재등장했고, 최근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기획전 관객 투표에서 ‘다시 보고 싶은 코미디’ 1위에 오르며 3040 세대에게 향수를, Z세대에게 복고 감성을 동시에 선사했습니다.
흥행기록
2001년 11월 9일 개봉 당시 ‘달마야 놀자’는 서울 개봉 주말 관객 20만 3,600명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이는 전년도 ‘미션 임파서블 2’의 197,426명을 단숨에 넘어선 수치였습니다. 전국 누적 스코어는 374만 6,000명으로 집계되어 그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5위에 올랐습니다. ‘친구’와 ‘엽기적인 그녀’ 등 굵직한 히트작이 쏟아진 해였기에, 중소 배급사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성적이었지요. 저 역시 개봉 한 주 뒤 입소문을 듣고 재관람했는데, 월요일 오전 시간대임에도 객석이 절반 이상 찼던 풍경이 기억납니다. 흥미로운 점은 광고비를 대폭 줄이고 ‘승려 vs 조폭’ 콘셉트를 입소문 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제작사는 구도심 소규모 상영관에서 초기 스크린을 확보해 호평을 끌어낸 뒤, 대형 멀티플렉스가 역으로 상영을 요청하는 ‘역확장’ 흐름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이후 ‘두사부일체’, ‘마파도’ 등 조폭 코미디 계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익 면에서도 이 작품은 투자 대비 5배 이상의 순익을 낳았습니다. 95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회전율을 높였고, 사찰 로케이션과 액션을 최소화해 제작비를 25억 원 선으로 묶은 점이 주효했습니다. 덕분에 배급사 씨네월드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얻었고, 후속편 ‘달마야, 서울 가자’ 제작에 탄력을 얻었습니다. 20주년을 맞아 씨네21이 공개한 현장 사진 아카이브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블루레이 출시 청원이 빠르게 동력을 얻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또한 달마야 놀자(관객평가, 흥행기록, 줄거리) DVD 초판은 절판 후 중고 거래가가 정가의 세 배 이상으로 뛰었고, 20주년 기념 블루레이 예약은 공개 1시간 만에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처럼 작품에 대한 장기 수요가 이어진다는 점은 숫자 이상의 ‘문화적 흥행’이라 할 만합니다.
줄거리
폭풍우가 치던 밤, 조직 간 항쟁에서 밀려 도주하던 조폭 다섯 명은 산중 사찰 청류암으로 몸을 피합니다. 총칼 대신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지는 낯선 공간에서 그들은 “사흘만 재워 달라”고 애원하지만, 주지 스님은 가부좌를 튼 채 “한 달 수행이 조건”이라며 냉정하게 협상합니다. 욕설을 달고 살던 건달들도 경찰을 피하기 위해 결국 참선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첫날부터 고사리 손으로 밥을 푸던 동자승의 “욕심이 잔뜩 붙어 있네요”라는 일침에 두목 정진은 수행이라는 단어 자체에 알레르기가 생깁니다. 그러나 세속적 기운이 도를 넘어서자 스님들은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 평소 물처럼 유순하던 노스님이 기막힌 ‘엎어치기’로 깡패들을 눕혀 버리는 장면이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양측은 서로를 거울 삼아 변합니다. 조폭들은 새벽 예불 종소리에 맞춰 호흡을 고르고, 스님들은 시장의 복잡한 물정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사찰 마당에서 벌어지는 스님·깡패 축구 경기는 카타르시스의 절정으로, “세상에는 비겁한 공도 있으나 비겁한 마음은 없도록 하라”는 주지 스님의 조언이 울립니다. 백미는 건축업자가 사찰 부지를 노리고 불법 공사를 강행하자 조폭과 스님이 손을 잡고 악덕 기업인을 향해 ‘연꽃 작전’을 펼치는 클라이맥스입니다. 속도감 있는 액션과 절제된 슬랩스틱이 조화돼 불교적 자비심과 세속적 정의감이 충돌하다 결국 화해로 귀결되는 구조가 단단합니다. 달마야 놀자(관객평가, 흥행기록, 줄거리)는 엔딩 자막에서 “일심(一心)은 종교를 초월한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당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이 좌석을 뜨지 않고 합장하며 웃던 모습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그 장면은 코미디가 감동으로 승화되는 지점을 명징하게 보여 줍니다.
스님의 설법처럼, 웃음과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는 달마야 놀자(관객평가, 흥행기록, 줄거리)는 번거로운 일상도 연꽃 피듯 환해질 수 있음을 알려 줍니다. 십여 년이 지나 업무와 육아에 지친 지금, 그 메시지는 더 깊게 다가옵니다. 한 번 더 극장에서 재개봉한다면, 저는 가족과 손을 잡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