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넘치는 재난 코미디를 찾고 계십니까? 저는 2019년 여름, 웃음과 아찔함을 동시에 안겨줬던 ‘엑시트 (주인공 탐색, 감독, 줄거리)’를 극장에서 보고 난 뒤 지금도 생각만 하면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오늘은 그 짜릿했던 기억을 꺼내어 주인공, 연출, 그리고 이야기 구조까지 낱낱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과연 밧줄 하나로 도시를 건너뛰던 그 청춘들의 기세가 왜 관객에게 오래 남았는지 함께 밟아보겠습니다.
주인공 탐색
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용남’이라는 인물은 취업난에 시달리면서도 클라이밍 동아리 시절의 패기만은 버리지 못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가족 모임에서도, 친구들 술자리에서도 시시때때로 로프 매듭 묶는 법을 자랑하며 허세를 부렸습니다. 그렇게 듣기만 해도 피식 웃음이 터지는 허풍이, 영화 ‘엑시트 (주인공 탐색, 감독, 줄거리)’ 안에서는 난관을 돌파하는 믿음직한 근성으로 돌변했습니다. 저는 2019년 극장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며 ‘아, 저거 내 친구랑 똑같다’고 속으로 킥킥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허세는 절망 속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끈기로 진화했습니다. 밧줄 하나에 온 생명을 거는 그의 모습은 실제 암벽 클라이머들의 집중력을 떠올리게 했고, 저 역시 언젠가 인공 암벽장에서 팔이 후들거리도록 매달렸던 경험이 있어 손에 땀이 났습니다. 윤아 배우가 연기한 ‘의주’ 또한 단순한 구급 요원이 아니었습니다. 번뜩이는 판단력과 체력을 겸비한 ‘생활 밀착형 히어로’로 그려졌습니다. 남성 주인공에게 구조당하는 전형적 구도에서 벗어나 두 사람이 로프를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주도권을 나누는 모습이 상쾌했습니다. 만약 제가 용남처럼 가족에게 늘 허풍을 떨다가 갑자기 진짜 위기를 만난다면, 과연 그 허풍이 생존 기술로 바뀔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그런 상상을 관객 각자의 일상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저는 관람을 마친 뒤 집에 돌아와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옛 등산 가방을 꺼내 로프 마찰 자국을 살펴봤습니다. ‘쓸모없다’고 치웠던 물건이 영화 덕분에 다시 살아난 셈입니다. 이렇게 주인공 둘은 허세와 열정, 우정과 연민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재난 코미디의 감정을 풍요롭게 확장했습니다.
감독
이 작품을 연출한 이상근 감독은 데뷔작부터 ‘생존 서스펜스와 가족 코미디의 절묘한 교차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실 저는 시사회 당시만 해도 ‘무명 감독의 상업 영화 첫 작품’이라는 이유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유독성 가스라는 재난 설정과 명절 가족 모임이라는 생활 밀착 소재가 한데 섞여 눈 깜짝할 새 웃겼다가 긴장시켰다가 울렸다가 했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한국 영화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처음부터 눈물을 짜내는 신파’ 대신 코믹한 멜로디를 끌고 가다가 어느 순간 돌연 ‘아, 이제 숨 못 쉬겠다’는 위기감을 팍! 하고 터뜨리는 리듬이었습니다. 이 리듬은 감독이 짠 구체적인 동선 설계 덕분이었습니다. 용남의 집 베란다, 옥상, 그리고 시청 앞 광장으로 이어지는 고도 차이는 관객의 시선 이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했습니다. 저는 영화를 두 번째 볼 때 CG가 아니라 실제 셋트를 여러 번 조립했다는 제작기를 읽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장면마다 ‘여기서 숨을 고를 틈을 주면 관객은 다음 액션을 더 강렬하게 받아들일 거야’라는 계산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 세밀함 덕분에 저는 ‘이상근’이라는 이름을 노트에 적어 두고 앞으로도 필모그래피를 챙겨 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한 영화 ‘엑시트 (주인공 탐색, 감독, 줄거리)’가 관객에게 기분 좋은 피로감을 남길 수 있었던 건 감독이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단순 도구가 아니라 집단 생존의 원형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가족도 설 연휴에 모이면 항상 ‘누가 언제 결혼할 거냐’는 잔소리 폭탄이 터지는데, 영화 속 장모님 캐릭터를 보며 저희 어머니를 살짝 떠올렸습니다. 감독은 이런 보편적 경험과 생소한 재난 상황을 교차 편집해 관객이 극장을 나서며 ‘지금 우리 집 가스밸브는 잠겼나?’ 하고 뒤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귀가 후 현관에 붙인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를 하나 더 늘렸습니다. 좋은 영화는 일상 습관까지 바꾼다더니, 이 작품이 바로 그 예였습니다.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명절 뒤풀이가 한창인 어느 날, 도심 한복판에 정체불명의 흰 가스가 솟구치고, 4층 가족연회장에 있던 용남과 친지들은 순식간에 고립됩니다. 용남은 우연히 같은 건물에서 근무 중이던 의주를 발견하고, 동아리 시절 길들인 클라이밍 감각을 살려 모두를 옥상으로 끌어올립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재난 탈출’ 공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옥상 위에서까지 퍼져오는 가스를 보고 이들이 내려야 하는 결정은 단순 방호가 아니라 이동식 탈출입니다. 저는 그 순간 ‘응? 옥상이 안전이 아니었어?’ 하고 눈이 동그래졌고, 극장 전체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옥상과 옥상을 가로지르는 공중 이동, 밖에서 구조를 시도하는 정부 조직, SNS로 실시간 중계되는 난리법석이 교차 편집돼 리듬을 만듭니다. 돌이켜 보면, 영화는 ‘높이’와 ‘시간’을 무기처럼 활용했습니다. 건물 높이가 높아질수록 가스가 조금 늦게 도달한다는 설정은 관객에게 타이머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관객은 시계 초침이 째깍거리는 소리를 상상하며 주인공들과 함께 다음 행동을 계산하게 됐습니다. 저 역시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계단을 오르며 ‘저 높이까지는 질식하지 않을까?’ 하는 어이없는 상상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퍼즐식 진행에도 불구하고 서사는 캐릭터들의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용남이 건물 외벽을 타고 내려가다 밧줄이 짧아 헛웃음을 터뜨리는 장면, 의주가 건물 벽에 대고 응급 처치를 시도하다 “이과 출신답네”라고 스스로를 놀리는 대사 등은 극도의 긴장 속에 작은 웃음 구멍을 뚫어 주었습니다. 영화 ‘엑시트 (주인공 탐색, 감독, 줄거리)’가 유독 입소문을 탔던 이유도 이 교차 감정의 매끄러움 덕분일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살아남았다’는 안도와 ‘웃다가 울다가 한 판 잘 놀았다’는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품고 극장을 나오게 됩니다. 줄거리 자체는 직선적이지만 관객에게 남는 정서는 입체적이었습니다. 저에게 그 밤의 해방감은 오래 기억되고, 앞으로도 가끔 비 오는 날이면 옥상 난간을 바라보며 용남과 의주의 필사의 점프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글을 정리하며 다시 떠올려 보니, ‘엑시트 (주인공 탐색, 감독, 줄거리)’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겁 많아도 용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증명한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오랫동안 봉인해 두었던 암벽화 끈을 다시 묶어 보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혹시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금요일 밤 가족과 함께 보시고 긴장과 웃음이 뒤섞인 기분 좋은 피로를 한 번 만끽해 보시기 바랍니다.